클린턴 당선 되면…남편 빌은 최강 참모? 시어머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며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역할을 놓고 미국 언론의 분석이 분분하다. 미국 역사상 첫 ‘마담 프레지던트’ 시대가 올 경우 전직 대통령인 남편은 ‘최강 참모’가 되거나 ‘시어머니 전임자’가 될 수 있다는 두 갈래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뉴스위크는 “빌 클린턴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백악관 안주인이 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내를 돕는 데 있어) 가장 성공적이거나 가장 파괴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빌 클린턴의 통찰력과 경륜을 감안하면 부인 클린턴의 대통령직을 성공으로 이끌 가장 유능한 인사가 되거나 아니면 그녀 위로 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클린턴 집권은 두 대통령의 백악관 동거 시대라는 전인미답의 첫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도 처음이지만 전직 대통령이 백악관 안주인이 되는 것 역시 처음이다. 그래서 빌 클린턴의 호칭부터 거처ㆍ역할까지 모두 정해진 게 없다. 뉴스위크는 “공식 석상에서 ‘마담 프레지던트와 미스터 프레지던트’로 부를지, ‘클린턴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 갈지, 아니면 ‘미스터 앤드 미시즈 클린턴 대통령’이 될지 누구도 답을 모른다”고 전했다.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지만 전직 대통령인 빌 클린턴 역시 ‘대통령’으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백악관 역사학자인 윌리엄 실은 “대통령을 역임했으면 평생 동안 대통령 호칭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이 전임 대통령 부인들처럼 백악관을 지킬지도 불투명하다. NYT는 힐러리 클린턴 측근들을 인용, “빌 클린턴이 (대통령 부인이 쓰던) 웨스트윙 공간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백악관에 상주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힐러리 클린턴은 백악관에 입성하면 남편을 각료 회의에 참석시키지도 상황실에 들어오게도 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간 퍼스트 레이디는 국빈 만찬의 식기를 고르고, 꽃을 배치하며 백악관 가사를 책임졌다. 세계 정상들의 방미 땐 배우자들을 챙겼다. 지난해 4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워싱턴을 찾았을 때 미셸 오바마가 아베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안내해 버지니아의 초등학교를 함께 방문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은 국빈 만찬 메뉴를 선정할 때 까다롭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빌 클린턴이 만찬 메뉴를 고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빌 클린턴은 국제 사회에서 부인을 대신해 뛸 수 있다고 NYTㆍ뉴스위크ㆍ타임 등이 전했다. NYT에 따르면 빌 클린턴 측 인사들은 국제 빈곤 퇴치, AIDS 방지 국제 협력은 물론 이스라엘ㆍ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중동 특사를 남편의 역할로 거론했다. 힐러리 클린턴도 지난해 “(남편은) 세계적으로 미국을 위해 특출한 분”이라며 “할 일이 있다”고 ‘외교 내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클린턴은 지난 5월 유세 땐 “빌은 경제 살리기를 책임질 수 있다”고 밝혀 경제 회생 분야를 떼줄 가능성도 나온다. 그럼에도 힐러리 클린턴에게 남편은 양날의 칼이다. 여전히 국제 사회의 지명도와 국내 정치의 막후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전직과 현직 대통령 관계는 대단히 민감하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은 은밀하게 주지사, 의회 실세들과 전화하며 아내를 대신해 조정에 나설 수 있는데다 해외 지도자들과의 막후 협상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재임 시절 이루지 못했던 업적을 완성하려 욕심을 내고 아내는 자신의 색깔 만들기에 나설 경우 부부 관계에서도 권력을 둘러싼 긴장감이 올 수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